METROM의 자료실




[나노페이]ETERNALLY<후편> 단편










탁탁탁탁-

 

병원에서 달리는 게 안 된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정말로 나노하 쨩이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널 찬 기라고 생각한다믄 니 큰 실수 하는 기다.]

 

믿어주지 못했다. 나노하가 고백을 받아준 날 함께 맹세했다.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함께 있자고.

 

[절대 페이트 쨩의 손을 놓지 않을게.]

 

 

 

 

 

 

멍청했다.

 

나노하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 나노하가 날 놓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내가 나노하를 사랑하는 만큼,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1213...1214...1215...

 

속도를 줄여 천천히 병실 번호를 확인한다. 호실번호가 오를수록 다급한 소리와 함께 소란스러운 소리가 커져갔다.

 

 

 

설마...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걷는 속도를 높여 1217호 앞에 선다.

 

-1217, 타카마치 나노하-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

 

아아악!!”

 

나노하 쨩! 최대한 억눌러! 기절하면 안 돼!”

 

아윽..!! !”

 

호수와 이름을 확인한 순간, 멀어서 잘 알아들을 수 없던 소리들이 순식간에 여럿 들려왔다. 그리고, 나노하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이성을 놓고 병실 문을 열었다.

 

콰앙-

 

나노하!”

 

이제는 사실상 없다고 하는 암 말기 환자의 발작도 이정도로 끔찍하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비명과 함께 나노하는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나노하의 몸부림에 치료하기 힘들어 간호사들은 그녀의 사지를 붙잡고 땀을 흘리고 있었고, 나노하의 가슴에 손을 얹어 회복마법을 사용하는 샤멀 선생님도 피와 땀으로 얼룩져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노하...!”

 

거의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로 비명이 난무하는 침상 앞으로 걸어갔다. 필사적으로 나노하를 붙잡아 누르는 간호사 한 명을 옆으로 밀어낸다.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알아채 나노하의 다리 쪽을 붙잡고 있던 간호사 한 명이 앞을 가로막아 밀어내며 말했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보호자분은 나가서 기다려 주세요.”

 

나노하...”

 

........이트.....”

 

 

 

 

 

 

ㆍㆍㆍ

 

 

 

 

 

 

 

 

길어야 반년이야.”

 

“...?”

 

샤멀 선생님이 방금 뭐라고 했지...?

 

길어야 반년..?

 

샤멀 선생님. 장난...이시죠? 너무 짓궂은 거 아니에요?”

 

샤멀 선생님이 직업으로 장난 칠 분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인식한 그 말을 납득하기엔 너무 충격적인 말이었다.

 

사실...이야. 링커코어가 파손 됐어.”

 

하지만...전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마법을 사용했어요. 어째서...”

 

어제만 해도 멀쩡히 훈련생들과 모의전을 치르고 훈련했다. 최근 하드 코어한 일정을 보내 피곤 하긴 했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그리 문제는 없었다.

 

대체 몸을 얼마나 혹사시킨 거야? 블래스터3는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말했잖아!”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샤멀 선생님이 소리쳤다. 의사 체면상 환자 앞에서 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겠지만 20년 지기 지인으로서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터트리고 싶을 터였다.

 

정말...반년...남은 거예요?”

 

“...”

 

...정말......”

 

샤멀 선생님의 저 반응이 절대 장난일리 없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벌써 30.

 

빨리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등쌀에 교제하고 있는 사람을 데려가겠다며 페이트 쨩과 함께 없는 시간을 쥐어짜내 함께 본가로 돌아갔던 게 벌써 두 달 전이었다.

 

한껏 차려입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부모님이 굉장히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펼쳐진 상황을 부정하려는 듯 웃으며 페이트 쨩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온 거냐고.

 

사실을 말씀 드리자 아빠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놀라지 말라고 조금 특별한 사람이라며 미리 언질을 해 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던 것이었다. 보수적인 일본의 사회 풍조에서 동성연애를 인정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 소수에 들지 못했다.

 

엄마도 겨우 진정하고 있었지만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설득도, 허락의 말도 듣지 못한 채 페이트 쨩과 함께 미드칠더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도 페이트 쨩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를 완전히 뿌리칠 수도 없었다.

 

계속되는 고민에 외면하듯 미친 듯이 일을 했다. 그 날, 포기하지 않겠다는 페이트 쨩의 말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한 없이 시간이 지났다.

 

페이트 쨩은 재촉하지 않았다.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며 몇 번인가 메세지를 보낼 뿐이었다.

 

[얼마든지 기다릴게. 생각이 정리되면 언제든 연락 줘.]

 

그러나 페이트 쨩이 보내는 문자에 계속 만나자는 말도 헤어지자는 말도 제대로 못해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 교도를 제외하고도 지상부대에 파견도 가고 로스트로기아 회수에 긴급 지원도 가기를 한 달 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몇 달 전부터 계속 피로감이 있었다. 서류 작업 중 자주 책상에서 잠들거나 아침에 지각하는 등 사소한 실수가 이어졌다.

 

근 두 달간 이어진 하드 코어한 스케줄에 그 피로는 배를 더했다. 일을 마치고 코피도 몇 번 나긴 했지만 별일 아니겠지,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일을 계속했다. 주치의인 샤멀 선생님이 알면 무슨 짓이냐고 당장 정밀검진 받으라고 했겠지만 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전, 교도 중 피를 토했다. 생도들에게 들키지 않게 피를 닦아낸 왼손을 숨기고 모의전이 끝나자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피를 토했다는 말에 샤멀 선생님은 뒷목을 잡으며 당장에 정밀검진을 받으라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4시간에 걸친 정밀 검진,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 하여 오늘 이렇게 왔지만 별다른 이상은 찾을 수 없었다.

 

표정이 어두워진 샤멀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MCT(Magic Computed Tomography)

 

발명된 지 고작 일 년이 되지 않은 의료기기지만 그 정밀성은 이미 입증되어 마력으로 인한 질환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검사결과는 상당히...아니 꽤나 충격적이었다.

 

링커 코어의 파손.

 

샤멀 선생님께 들은 말로는 링커 코어는 아직 손댈 방법이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충격이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회복되지만 작은 금이라도 가는 순간 자가 수복은커녕 마력이 새기 시작하고 스스로의 마력 제어가 점점 어려워져 결국 스스로의 마력으로 인해 자멸한다고 한다.

 

마법을 사용할 때의 확률은 수백 억 분의 일로 블래스터 모드를 과하게 사용하면 걸릴 수 있다곤 하지만 그마저도 거의 없는 수준 이었다.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하면 링커코어의 파손 정도가 점점 심해질 뿐이야. 그리고 언제 또 마력이 제어를 벗어날지 몰라. 당장 입원을...”

 

이틀...이틀만 시간을 주세요. 지금 교도중인 생도들의 교도만 끝나고 입원할 게요.”

 

이번엔 간단한 폐출혈이었지만 다음은 어디가 될지 모른다고!”

 

최대한...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어요...”

 

 

 

 

 

ㆍㆍㆍ

 

 

 

 

언제 기절한 걸까? 정신이 멍하다.

 

언제든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었다. 가벼운 내상부터 자칫 심장, , 어떤 경우는 신체일부가 절단 될 수 있다고. 그 강도가 점점 심해져 심장이든 전신이든 결국 어딘가 찢어져 죽을 거라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니, 아직 통각이 남아있는 듯 절로 신음이 튀어나왔다.

 

......”

 

수천 개의 바늘이 내장을 찢고 뼈를 부숴 밖으로 튀어 나올 듯한 감각, 처음 겪은 발작은 너무나 아프고 괴로워서...환상을 본 거 같다.

 

페이트 쨩...”

 

네가 보고 싶어.

 

나노하...”

 

...?”

 

불러본 이름에 대답이 돌아올 리 없어. 아니, 그래선 안 돼.

 

설마 하는 마음에 옆을 돌아보면, 네가 있었다.

 

“...페이트 쨩...?”

 

울었던 건지. 잘생긴 얼굴에는 두 줄기 눈물 자국이 나 있어, 눈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내 오른손을 잡은 그 양손은 애처롭게 떨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

 

...여기 있어...?”

 

분명 비밀로 했을 터였다. 말하지 말아달라고. 페이트 쨩 만큼은 알지 않게 해달라고. 혹여 알게 되더라도, 이렇게 빨리는 아닐 거라고.

 

나노하는...왜 여기 있어?”

 

그런데 앞에 있는 페이트 쨩은 가짜가 아니야. 그럼 그 때 본 페이트 쨩도 환각이 아니었던 걸까?

 

“...”

 

...내게 비밀로 했어...? 왜 숨었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목소리.

 

 

 

[페이트 쨩이 슬퍼할 끼다.]

 

듣고도 못들은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말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이렇게 사라져 버리고 싶어서. 우리는 안 되는 사이니까.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누군가와 행복하길 바랐으니까.

 

어떻게 이렇게 알게 해...?”

 

떨리는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나를 책망한다.

 

어떻게...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

 

그 눈물을 보고서야,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깨달았다.

 

“...미안해...페이트 쨩...미안...”

 

“...”

 

네가...행복하길 바랐어...나 같은 건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만나서 그 사람이랑...행복하게...”

 

더 이상 말을 잇지는 못했다. 그 다음은 듣고 싶지 않은 듯 나를 끌어안아 눈물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행복 필요 없어. 널 이렇게 떠나보내고 얻는 행복 따위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하지만...나는 행복하게 해줄 수가 없잖아...”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성대하게 결혼식도 올리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평생을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니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페이트 쨩보다 하루만 더 늦게 가고 싶다고.

 

[길어야 반년이야.]

 

이제 그런 건 바라지 못하니까, 네가 다른 사람과 함께 그렇게 살길 바랐다.

 

너와 함께하지 못하는 그런 의미 없는 행복보다, 너와 함께하는 짧은 행복이 수천 배는 더 행복해.”

 

가슴이 찢어질 듯 빈 너의 행복이, 네게는 의미가 없었구나.

 

그러니까 나노하...”

 

안았던 팔에 힘을 풀어, 나를 응시한다.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하지 말라는 말 같은 건 하지 못한다.

 

아직 나를 사랑한다면...”

 

붙잡은 손은 아직 떨고 있어.

 

나와 결혼해 주세요.”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로 내가 가장 바라고도 바라지 않은 말을 내게 전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

 

깨닫고 싶지 않은 진심이, 외면해 왔던 진심이, 가슴 깊숙한 곳을 찌른다.

 

고개를 숙여, 침상에 걸터앉은 페이트 쨩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오래 못 살아...”

 

알아.”

 

부모님...여전히 반대하셔...”

 

그것도 알아.”

 

대답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물음을 계속해.

 

함께 할 시간보다 혼자 있을 시간이 더 많을 텐데도...?”

 

괜찮아.”

 

그 물음들이, 그 대답들이, 나를 속박해 간다.

 

그 따뜻함에 쌓아둔 벽이 녹아내려, 눈물이 흐른다.

 

“...이러면...안 되는 데...”

 

어디까지고 상냥한 사람. 어디까지고 자상한 사람.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래서 더 밀어내기 힘들어.

 

이래도 돼. 그러니까 받아줘. 내가, 그리고 네가 행복할 수 있게. 더 이상 우리 눈물 흘리지 말자.”

 

결국 모든 벽이 무너져버려 페이트 쨩을 끌어안았다.

 

사랑해...페이트 쨩.”

 

 

 

 

 

 

 

그 후로 1, 결혼식은 조촐히 병원근처 성당에서 진행되었다. 시간도 촉박했고, 언제든 나노하의 몸에 무리가 올지 몰라 빠르게 진행된 탓이었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나노하의 부모님이 오셨다는 걸까?

 

어떻게 된 건지, 나노하는 결국 부모님을 설득했고, 결혼식에 참석하셨다.

 

[고맙다. 페이트. 그리고, 미안하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전한 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무엇을 통해 나노하가 결혼 허락을 받아낸 건지는 확실했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번에야 말로 결혼을 허락 받은 것이다.

 

결혼식 당일, 하객은 하야테와 같은 소수의 지인, 이전 6과 멤버, 비비오 등, 양가 친척을 포함한 소수로만 이루어졌다. 반지를 교환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마치자 하객들이 하나 둘 눈물을 터트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은 나노하와 페이트 뿐이었다.

 

 

 

그 후로 1, 나노하는 샤멀이 말한 반년의 배를 더 살았다. 발작 주기가 짧아지며 점점 쇠약해져가는 나노하를 보면서도 페이트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나노하의 마지막 순간은 조용했다. 여느 때처럼 발작이 일어나 괴로워하지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모두들 잠든 새벽, 심장의 중요 혈관이 끊어져 생을 마감했다.

 

나노하가 떠난 날에야 페이트는 소리 내어 눈물을 흘렸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페이트는 그 곁에 누구도 두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을 돌보며, 어김없이 항해를 떠나고 나노하 만을 그리워했다.

 

하나, , 곁에서 누군가가 떠나가고 사라져, 혼자 남아도 그저 꿋꿋이 주어진 생을 살아갔다.

 

그렇게 나노하가 죽은 지 60년이 지난 봄, 페이트는 나노하와 처음만난 우미나리 시 외곽 집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ㆍㆍㆍ

 

 

 

 

 

 

-조금 늦었을까?

 

-아니, 기다렸지만, 늦지는 않았어.

 

-나노하가 바라던 대로는 아니었지만, 나는 행복했어. 비비오의 결혼식도 봤고, 그 애 닮은 손녀도 봤고, 영웅도 되어봤고. 무엇보다 나노하랑 결혼도 했잖아.

 

-...

 

-...만족...했어?

 

-페이트 쨩이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 그리고 페이트가 다른 사람이랑 행복한 건 질투 나서 허락 못 해. 다른 사람 만났으면 화낼 뻔 했어.

 

-다행이다. 나노하를 화내게 하는 일 없어서.

 

-그러니까, 앞으로 안 놓아줄래.

 

-. 더 이상 놓치지 않을 거야. 너와 함께한 순간도, 네가 없었던 순간도, 앞으로도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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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석달만에 후편을 올리네요. 이제 외전 쓰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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