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M의 자료실




[나노페이]ETERNALLY<전편> 단편







우리 헤어지자.”

 

귀가 잘못된 것인 줄 알았다. 충격적인 말에 마비된 사고가 제대로 돌아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미리 주문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가져온 카페 직원이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빠르게 주문한 커피만 놓고 돌아간다.

 

두 달 만에 만난 그녀와의 첫 대화였다.

 

생각나는 이유는 많았다. 자주 갖지 못하는 만남, 간신히 만나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데이트, 그 두 가지 외에도 가장 절대적인 이유라면 우리가 둘 다 여자라는 것이었다.

 

물론 차원을 넘어 여러 민족과 인종이 모인 미드칠더에서 동성이라는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약간의 마법과 과학의 힘을 빌리면 동성커플간 아이도 가질 수 있고, 실제로 몇 달 전 나노하와의 연애 사실을 린디 어머니께 밝혔을 때 굉장히 기뻐하셨으니까.

 

그러나 나노하의 부모님은 아니었다. 진지하게 교제하는 사이로 타카마치 가에 가자 아버님은 굉장히 분노하셨고 어머님은 거의 기절할 듯 했었다.

 

그것이 벌써 두 달 전, 도저히 헤어지자고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만나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 하다가 어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마침 2주간의 단기항해를 마쳐 당분간 미드칠더에서 지내게 되어 바로 승낙했다.

 

부모님 반대는 괜찮다고, 어떻게든 허락을 구해보겠다고. 모자라다면 미리 혼인신고라도 하자고 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생각한 말은 무색하게 나노하는 먼저 이별을 고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어 이유를 묻는다.

 

어째서...?”

 

그녀는 앞에 놓인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고서는 골몰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냥...좀 지쳤어...”

 

지쳤다는 말로는 모자라. 정확한 이유가 궁금해 다시 한 번 물었다.

 

...지쳤다는 게...”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도, 만나도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하는 것도...그리고..같은 여자끼리잖아? 부모님도 완고하시고...이렇게 부모님 속이는 것도 힘들어...”

 

다른 건 핑계에 불과해...마지막이 가장 큰 이유겠지...

 

그래도 아직은 아니야. 이렇게는 안 돼.

 

우리...이렇게 계속 만나면 안 돼? 내가 더 잘할 게. 시간도 더 내고...부모님도...”

 

미안...마음 정리 할 때까지 찾아오지 말아줘.”

 

잘하겠다는 말은 소용이 없다.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지 그대로 말을 끊고 이별을 고해, 카페 밖으로 나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그 모습에 감히 붙잡을 수도 없었다.

 

3년을 이어온 우리 관계의 끝이었다.

 

 

 

 

...

 

 

 

 

어때 나노하?”

 

하지만 페이트 쨩...우리 부모님은 용납 못하실 지도 몰라.”

 

그래도 어머님도 계속 결혼 재촉하고 계시고..우리도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순 없잖아.”

 

그건...그렇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어머님, 아버님께 하루라도 빨리 나노하의 연인으로 곁에 서고 싶어.”

 

그날은 나노하에게 부모님께서 결혼을 재촉 한다며 푸념을 들은 지 세 번째 날이었다. 곧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아무리 미드칠더의 평균 수명이 100세가 넘은지 오래였고 40세의 나이에도 초혼인 사람이 많다지만 일본인이신 두 분을 생각하면 차라리 빨리 연애 중임을 밝히고 결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한 말이었다.

 

결국 나노하는 설득에 못 이겨 시간을 조정했고 그렇게 두 달 전 우미나리 시로 향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겨우 재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몇 번이나 들어갔던 나노하네 집이었지만, 연인 사이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하며 들어가는 것도 잠시. 큰소리가 오가며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어머님은 사색이 되어 처음에는 부정하려는지 왜 왔냐고 물으셨지만 그 대답을 하자 아버님께서 나노하에게 불같이 화를 내었다. 결국 담판은커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슨 정신으로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한 것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미안해...페이트 쨩...”

 

거의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나노하는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 않아도 돼...재촉한 내 탓도 있고...”

 

하지만...하지만...페이트 쨩...상처받았을 거 아냐?”

 

울먹이던 나노하는 결국 눈물을 터트려 서러움을 토해냈다.

 

[미안하구나. 페이트. 하지만 난 나노하의 상대로 널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상처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동성결혼이라니, 제정신인거냐 라고.

 

확실하게 느껴지는 그 경멸어린 시선은 꽤나 충격적이었으니까. 일본의 사회풍조가 이렇게 보수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분노하실 줄이야...

 

울고 있는 나노하를 끌어안아 말한다. 이럴 때 달래주지 못해서야 여자건 남자건 애인실격이다.

 

나노하. 울지마. 난 괜찮으니까.”

 

...흐읍...”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단순히 서러워서가 아니야.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야.

 

나노하와 헤어진다? 그건 안 될 말이다. 나노하의 부모님의 반대는 어쩔 수 없지만 7년을 고민해 겨우 전한 마음이다. 겨우 확인한 마음이다. 어떻게 만든 관계인데, 어떻게 이어진 사이인데 이렇게 헤어질 수 있단 말인가.

 

나노하. 나노하는 나와 헤어지고 싶어?”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화들짝 놀란 나노하가 품에서 떨어져 소리친다.

 

다행이야. 헤어질 마음은 없구나.

 

나노하의 고개를 들어올려 눈물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닦아내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나노하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없어.”

 

하지만...하지만 저렇게 완고 하셔서는...”

 

나노하가 원한다면...몇 년, 아니, 수십 년이 걸려도 괜찮아. 설득할 테니까. 그게 안 된다면 그냥 지금 이대로라도 괜찮아. 절대로 널 놓지 않을게.”

 

설령 두 분이 평생 허가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널 포기할 생각은 없어. 우리의 관계를 인정해주는 미드칠더가 아니었다고 해도 나는 나노하를 사랑했을 거야. 그러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널 놓지 않아.

 

.

.

.

 

네가 날 놓지 않는 이상...

 

 

 

 

ㆍㆍㆍ

 

 

 

 

띵동- 띵동-

 

 

 

언제 또 잠이 든거지...하긴...이젠 상관이 없나...

 

띵동-

 

자꾸 초인종 소리가 울려, 안 그래도 아픈 머리가 윙윙대는 것 같다.

 

겨우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여니 문 앞에는 하야테가 서있었다.

 

뭐야...하야테......왔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잔나..”

 

술 냄새가 지독한지 하야테가 코를 잡으며 말했다.

 

대체 얼마나 마신기가?”

 

몇 병...아니 며칠을 마셨더라...

 

나노하에게 차이고...집에 들어와서...나노하를 기다리고...

 

기다리고...기다리고...또 기다려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계속 마셨던 것 같다.

 

니 이래 취한 건 처음 본데이...”

 

그랬던가? 하기야 나는 하야테처럼 애주가는커녕 술을 잘 즐기지 않을 뿐더러 자제하는 편이라 이런 모습은 좀 레어하다.

 

하야테...나 나노하 만났어...두 달 만에...”

 

혼자 마시다보니 푸념이 심해진 건지 하야테에게 말했다.

 

“...차였나...그기 아니믄 이래 있을 필요가 읎제...”

 

하야테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라 카드나?”

 

지쳤대...자주 못 만나는 것도...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하는 것도...”

 

“...페이트 쨩...기건...”

 

아니...아니지...그런 건 다 핑계에 불과해..!”

 

차라리 내가 부족해서라고 해줬으면 좋았을 거야. 내가 더 잘해주면 되니까. 시간도 더 내고 연락도 자주하고...너에게 쏟는 시간은 아깝지도 힘들지도 않으니까.

 

[미안하구나 페이트. 하지만 난 나노하의 상대로 널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여자이기 때문에. 그 경멸어린 시선도, 분노를 깔아 낮게 가라앉은 그 목소리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차라리 나여서. 페이트 T.하라오운이여서 안된다고 했다면 차라리 가망이 있었을까? 반대하더라도 설득할 수 있었을까?

 

...나노하가 날 놓지 않았을까?

 

내가! 내가 여자니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더 흘릴 눈물이 남은 건지 양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페이트 쨩...니 탓이 아이다...”

 

울고 있는 나의 머리를 쓸어 하야테는 계속해서 말한다.

 

네 탓이 아니라고...

 

 

 

 

 

 

 

 

자주는 아니지만 집에서 깰 때마다 보았던 흰 천장. 소파에 앉아서 마시고 깨고를 반복했을 텐데 어째서 침대에 가지런히 눕혀져 있는 거지?

 

그 미묘한 위화감에 상체를 들어 올리니 숙취에 머리가 지끈 거렸다.

 

..!”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옷은 미묘하게 흐트러져 있어 누군가 왔었던 건 확실한 듯하다. 아픈 머리를 짚어 눌러 겨우 간밤의 일을 떠올리는 데 집중하는 데 벌컥- 방문이 열렸다.

 

...일어났나?”

 

문을 열고 들어온 건 20년 지기 친구인 하야테로 침대에 눕혀놓은 것은 그녀인 듯 했다.

 

일어났으면 씻고 나오라. 아침상 차릴테니.”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걸어들어갔다. 주량을 한 참 넘어서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한 걸음 떼기가 힘들었지만 찬 물이 몸에 닿으니 조금 개운해 지는 것 같았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침실 밖으로 나가자 하야테가 아침상과 함께 녹차를 컵에 따르고 있었다.

 

 

 

 

 

“...하야테...어제 어떻게 찾아온 거야?”

 

하야테를 만나고 푸념한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아마 그 직후에 필름이 끊긴 것 같은데...

 

돌아왔다고는 들었는데 영 보이질 않아서 말이제...그라서 찾아왔는디 불은 켜져있고 니는 안나오고...해서 계속 벨 누른 기다.”

 

“...출근은?”

 

오늘은 오프(off). 무단결근이었다믄 난리 났을 끼다.”

 

민폐...끼쳐버렸네...미안...”

 

의도는 아니었지만 모처럼의 휴일에 고생하게 만들다니...

 

사과해야 할 건 그기 아닌 기 같은디...”

 

“...?”

 

어제 치운 술병이 23. 니 미친 기가? 밤에도 얼마나 앓던지 병원이라도 데려가야 하나 했다.”

 

“...미안...근데...안 마시고는 못 버틸 거 같았어...”

 

이러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그런 생각이 없진 않았던 것 같다.

 

차인 충격으로 술 마시다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집무관이라며 신문에 나는 건 사양이었지만 어차피 죽는다면 그런 건 상관없을 지도. 그걸 보고 나노하가 와주기라도 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노하를 찾아볼 생각은 했나?”

 

안 찾아봤을 리 없다. 가장 먼저 교도대 측에 물어도 장기 휴가라며 모른다고 했고, 차원이동을 한 기록은 없으니 아마 미드칠더에 있겠지만 주변인에게 전부 물어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염화 채널도 꺼져있었다.

 

...다 찾아봤어...그런데...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정말로 마음이 정리 될 때까지 날 보지 않겠다는 거겠지.

 

페이트 쨩...사실은 말이데이...”

 

하야테가 뭔가를 말할 듯이 입을 달싹거리다가 머리칼을 마구 흐트러트렸다. 무엇을 고민하는 걸까? 내게 말해선 안 될 무언가가 있는 걸까?

 

...증말...! 이기...말하지 말라켔는데...”

 

하야테는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서는 말을 이었다. 표정은 아직 망설이는 채로...애매한 결단을 내린다.

 

나노하 쨩...병원에 있데이.”

 

...?”

 

저 말에 반응하고도 이해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게...무슨...나노하...어디 아픈 거야!? 어딘가 부상이라도..!”



 

이별, 감춰버린 종적, 병원.

 

어딘가 맞지 않았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해 최악의 가설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가설에 마침표를 찍 듯, 하야테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미드칠더 중앙 관리국 군병원 서병동 1217. 나노하는 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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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데 약 2주정도 걸렸습니다. <<<<하라는 장편은 안하고!


충동적으로 질러서 한 2,3일이면 다 쓸줄 알았는데 이런 종류의 스토리가 꽤 힘드네요. 페이트 시점에서 쓰는 것도 잘 안해봐서 고생하기도...


스토리가 이쯤되면 하편이 어떻게 될지는 예상 될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노하 좋아하는 이유도 나노하 부상이라던지 블래스터 모드는 사용자의 몸에 악영향을 미친다던지 하는 게 좋아서 이기도 하거든요...ㅎ


그거완 별개로 제목짓기 왜이렇게 힘들죠...일단 지어놓기는 했지만...혹여 추천할 만한 제목이 있으시다면 쪽지 주세요...ㅠㅠ


본편은 전후로 마무리 되겠지만 외전이 한편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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